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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삶] 맹목적이지만 치열한

너의 서식지는 날짜 변경선이 지나는 곳, 어제와 오늘을 동시에 가질 수 있다. (…)오늘도 나의 다짐은 추락하지 않고, 가벼워질 대로 가벼워진 나의 착란은 뼈마저 버린다 너는 결코 이방(異邦)이 아니다 태초부터 회귀점이다.   -김종화 시인의 ‘맹목’ 부분       청소년들의 문화라고만 여겨지던 팬덤 문화가 언제부터인가 삼사십 대는 물론 중장년층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웃에 사는 사십 대 여성은 방탄소년단이 단체 활동을 잠정 중단한다는 보도를 듣고 큰 충격에 빠져 있다. 그녀는 지난해 방탄소년단의 팬클럽인 ‘아미’에 가입했다고 상당히 들떠 있었다.   아미에 가입하고 신이 나 있던 그녀에게 아미 가입이 무슨 의미냐고 물었더니 아미에 가입하면 아미카드가 배송되고, 아미카드가 있으면 방탄소년단의 공연 티켓팅 할 때 선 예매는 물론 각종 혜택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팬으로서의 자부심은 물론 팬들끼리의 유대감도 누릴 수 있어 좋다고 했다.   특정 연예인을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팬들의 집단을 팬덤, 그런 사회현상을 팬덤 문화라고 하는데, 팬덤이란 열광자·광신자라는 뜻의 ‘fanatic’, 영토를 뜻하는 ‘dom’이 합쳐진 합성어로 열성 지지자들을 일컫는다.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들에게 열광하며 조직된 팬클럽의 유래는 꽤 오래전이겠지만 우리에게 표면화된 것은 80년대 가수 조용필의 등장 이후 감성 소녀들의오빠 부대로 보는 예가 많다. 90년대 PC 통신의보급으로 스타와 팬들의 소통이 용이해지고 팬클럽이 조직화·활성화되었다.   2000년대 새롭게 등장한 팬덤 문화에는 ‘아줌마, 아저씨’들이 있다. 스타에 열광하던 십 대 팬들이 아줌마·아저씨가 되고도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한다. 조용필의 아줌마·아저씨 팬들은 기존의 팬클럽인 ‘위대한 탄생’ 외에 그들만의 팬클럽인 ‘이터널리’를 만들기도 하고 이제는 24시간 조용필의 노래만을 방송하는 인터넷 방송 ‘조용필 방송국’까지 차렸다고 한다.   대중문화평론가들은 스타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대중에게 사랑받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그들의 기쁨과 환희를 대리만족하고 싶은 욕구 때문이라고 한다. 사랑받는 존재가 되려는 인간의 기본 욕구가 작용하는 것, 그들의 삶에 투시되어 그들의 후광을 같이 나눌 수 있다는 착각 때문이다. 그래서 다소의 사회적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대중에게 사랑받는 사람들은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스타란 그들만의 아우라를 지니고 대중을 흡입하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특정 연예인을 선호하고 지지하는 일이 밋밋한 일상에서 활력소가 되어준다면 크게 나무랄 일은 아닌 듯하다. 마음이 가는 대로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이야말로 건조함에서 들이켜는 생수 아닐까 싶다.   사람은 연대하기를 좋아한다. 혼자이기보다 다수일 때 저변이 확대된다. 팬클럽 역시 그들만의 연대의식으로 커가며 좋아하는 스타를 진정한 스타가 되도록 지지하는 역할을 한다.         사람은 뭔가에 열광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열광할 때 분출되는 내적 열기는 에너지가 되기도 한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 형성되는 감각과 지각이 긍정성을 되어 삶의 단비가 되듯이 팬클럽 역시 순기능의 역할이 큰 것 같다. 조성자 / 시인시로 읽는 삶 맹목 조용필 방송국 팬덤 문화 아줌마 아저씨

2022-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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